2005년 소버린, SK그룹 압박 1조원 챙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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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펀드 ‘먹튀’ 사례

외국계 펀드가 국내 대기업 지분을 사들여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히거나 적대적 인수합병(M&A)설 등을 유포해 주가를 띄운 뒤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한국을 떠난 사례가 적지 않다.

2003년 4월 영국계 펀드회사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지분 14.99%를 매입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SK그룹을 압박한 ‘소버린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소버린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주식 취득 소식을 알리며 SK그룹에 대한 경영 참여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4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취득 및 경영 참여 의사를 발표한 것과 같은 모습이다.

소버린자산운용은 이후 2년 3개월 동안 경영투명성 제고 등을 내세워 SK그룹을 상대로 최태원 회장 퇴진 등 경영진 교체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 계열사 청산 등을 요구했다. 1조 원 가까이 투입해 방어전에 나선 SK를 소버린이 차지하진 못했지만 2003년 4월부터 주당 평균 9293원에 사들인 주식을 2년여 만에 5만2700원에 팔아 8000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남겼다. 배당금과 환율 변동 등에 따른 차익까지 감안하면 1조 원 안팎을 챙겨간 셈이다.

KT&G 역시 외국계 펀드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았다. ‘기업 사냥꾼’으로 잘 알려진 미국 월가 투자전문가인 칼 아이칸은 또 다른 펀드회사인 스틸파트너스와 손잡고 2006년 KT&G 주식 6.59%를 사들였다. 이후 이사회에서 자회사 매각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 개입을 시도하다 주식을 매각해 1500억 원을 벌었다.

삼성물산은 10년 전에도 외국계 펀드의 공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2004년 4월 영국 최대 연기금 펀드인 헤르메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900억 원을 들여 삼성물산 주식 5.0%를 사들였다. 이후 헤르메스는 삼성물산에 대한 적대적 M&A설을 유포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8개월 만에 지분을 모두 팔아 거액의 차익을 남겼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소버린#SK그룹#먹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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