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벤처기업 다날의 성공비결

  • Array
  • 입력 2010년 7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 개척자 “도전할만한 콘텐츠 무궁무진”

《“헉! 스토커다.” 10여 년 전 국내 이동통신사의 신규서비스 담당자들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한 벤처 기업가를 피해 다니기 바빴다. 아침 출근길 집 앞에서, 퇴근길 회사 앞에서도 이 벤처기업가가 출몰했다.

주인공은 모바일 벤처 다날의 박성찬 대표였다. 박 대표는 휴대전화로 인터넷 콘텐츠 사용료를 결제해주는 서비스를 하자며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을 줄기차게 설득했다.

건설업계 출신으로 정보기술(IT) 전문가가 아닌 박 대표의 주장을 처음부터 신뢰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더군다나 휴대전화 결제는 일종의 금융업이었기 때문에 작은 벤처기업이 추진하기도 어려운 사업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의 치열한 설득으로 2000년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가 한국에서 이뤄졌다. 이후 국내 휴대전화 결제 시장은 급성장했고, 올해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날은 이 시장의 42% 정도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업체로 성장했다. 다날은 휴대전화 결제 외에도 온라인 및 모바일 콘텐츠, 게임 시장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연 8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극심한 환경 변화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벤처 기업 다날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분석했다. DBR 61호(7월 15일자)에 실린 다날의 성장 스토리를 요약한다.》

○ 휴대전화 결제 사업 진출

박 대표는 원래 주택을 짓는 소형 건설업체를 운영했다. 그는 우연히 인터넷을 접하고 그 매력에 빠져들었고 IT 사업을 하기 위해 1997년 다날을 설립했다. 초기 무선호출기와 휴대전화 문자 입력기를 개발해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휴대전화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하다 수익 모델 부재로 고민하던 온라인 업체들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

당시 온라인 업체들은 어렵사리 콘텐츠를 개발해도 고객에게 돈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결제 수단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는 거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컸다. 또 몇백 원짜리 콘텐츠 결제에 카드를 사용하기도 부담스러웠다.

다날은 휴대전화가 인터넷 콘텐츠 결제의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휴대전화는 24시간 고객들이 항상 가까이 두고 사용하는 데다 매달 체계적으로 과금이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의 안전성도 높았다.

‘안된다’던 이통사 끈질기게 설득
10년전 첫 서비스… 첫날 거래 몇천원
‘편리+안전’ 작년 총 매출 800억대
대만-중국 이어 미국시장 진출


박 대표는 결제 사업 제안서를 만들어 이동통신사 관계자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당시 이동통신사들은 신규 사업보다는 당장 수익을 가져다주는 가입자 유치가 지상 과제였다. 따라서 휴대전화 결제가 이용자들의 요금 부담을 가중시켜 가입자 이탈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 초기에는 실무자들을 공략했지만 여의치 않자 간부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다녔다. ‘스토커’란 별명도 이때 얻었다. 당시 이동통신사가 5개였는데 회사별 휴대전화를 따로 마련했고 전화번호가 다른 5종류의 명함도 제작했다. 6개월여에 걸친 치열한 설득 작업 끝에 마침내 SK텔레콤이 그와 손을 잡았다.

○ 결제 서비스 보완과 확장


다날은 2000년 7월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첫날 매출은 몇천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서비스 자체의 매력도가 높았고 소비자들도 편리하고 안전한 결제 시스템에 익숙해지면서 거래액은 급증세를 보였다. 1위 업체였던 SK텔레콤과 서비스를 시작하자 다른 이동통신사와는 쉽게 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장하는 시장을 다날이 독식할 수는 없었다. 경쟁자가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다날의 끈질긴 설득 작업 과정에서 몇몇 이동통신사 직원들은 사업 전망이 있다고 판단해 똑같은 사업모델로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다날은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시스템의 안정성과 위험 관리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특히 위험관리시스템(RMS·Risk Management System) 개발과 업그레이드에 신경을 썼다. 다날은 RMS를 통해 사용자의 IP주소와 거래 시간대, 콘텐츠 구매 유형, 과거 결제 내용 등 다양한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신용 위험이 높은 사용자를 가려내 거래를 규제했다.

이런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나 투자를 소홀히 한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됐다.

또 다날은 결제 대금을 하루라도 빨리 받고 싶어 하는 온라인 업체들을 위해 수수료를 받고 대금을 미리 지급하는 제도도 최초로 운영하는 등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최근에는 대만과 중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주요 이동통신사와 제휴해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국제화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콘텐츠 사업 다각화 전략


현재 다날 매출에서 휴대전화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대에 이른다. 하지만 과거 휴대전화 결제 사업이 본격화하지 않았을 때 주력 매출원은 모바일 콘텐츠였다. 다날은 초기에 유료 벨소리 사업으로 기반을 잡았다. 사용자들이 700 국번의 자동응답전화(ARS) 통화를 한 후 원하는 멜로디를 휴대전화 벨소리로 지정할 수 있게 한 서비스였다. 다날은 ‘700-5857’이란 번호를 홍보하면서 잠재력이 큰 광고모델을 집중 활용해 하루 수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등 황금기를 구가했다.

연예인-일반인 SNS 개설
부주닷컴-휴대전화 노래방 등
튀는 아이디어 찾아 강행군


하지만 이동통신 환경이 급변했다. 기술 발전으로 초기 단음 벨소리에서 4폴리(4개의 다른 전자음을 결합해 만든 벨소리)로 발전했다가 어떤 소리라도 구현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대세가 됐다. 과거 단순한 벨소리를 상품으로 팔았을 때는 작곡자와 계약만 하면 됐다. 하지만 가요 자체가 벨소리로 쓰이게 되자 작곡가 외에 작사자, 가수, 연주자와도 계약을 해야 했다. 이처럼 환경이 급변하자 많은 벨소리 업체는 업종을 전환하거나 도산했다.

하지만 다날은 이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박 대표는 4폴리 기술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일본 야마하의 원천기술을 사들여 한국에 최초로 도입했다. 또 고객들이 자신의 음성을 녹음해 벨소리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제공했으며 음악과 가사를 동시에 내보내는 기술을 개발해 휴대전화 노래방 서비스도 선도했다.

특히 원음을 벨소리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다날은 연예 기획사의 신규 음반 제작에 투자해 모바일 유통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이런 노력은 신규 사업으로도 연결됐다. 연예 기획사와 투자 관계를 맺어 음원을 확보한 다날은 오디오닷컴(www.ohdio.com)이란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를 개설했다. 또 주요 연예 기획사들과의 협력 모델이 진화하면서 유명 연예인과 일반인의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인 UFO타운(www.ufotown.com)도 2007년 개설했다. UFO타운은 휴대전화와 웹사이트를 통해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스타들과 팬들이 문자메시지나 사진 등을 주고받게 한 서비스다. 팬들이 메시지를 보낼 때는 유료다.

다날은 이 밖에 경조사에 부조금을 온라인으로 손쉽게 전달하는 부주닷컴 같은 도전적 사업도 벌였다. 사회 통념상 경조사에 돈만 보낸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아 이 서비스는 실패했다. 그러나 다날은 사회 통념에도 도전하는 모험적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또 다날은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이 떨어지더라도 성장 기회가 있다고 판단되면 주저하지 않고 투자를 했다. 최근에는 핵심 역량과 무관한 온라인 게임사업에도 진출했다. 박성찬 대표는 “현대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업을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며 “오늘도 또 무엇을 새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국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장 march@donga.com

채유미 인턴연구원(연세대 도시공학과 4학년)

▼ [DBR Open Question]다날의 미래전략은?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구합니다. 아래 질문 중 하나 이상에 대한 의견을 7월 14일까지 www.dongabiz.com 게시판이나 dbr@donga.com으로 보내주시면 내부 심사를 거쳐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형식 및 분량 자유).

[1]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의 양적, 질적 성장을 위해 다날이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일까요?

[2] 휴대전화 결제와 온라인·모바일 콘텐츠, 온라인 게임 등으로 구성된 다날의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새로 추진하거나 버려야 할 사업은 무엇일까요?
■ 독자 의견 소개합니다

◆ 메이플스토리 차기작은?
가족-멘터 등 조력자 캐릭터
자녀-부모 잇는 매개체 활용


“게임 안에 ‘검색’ 기능을 도입해 유저들 간 관계 형성을 증진시켜야 한다.” “가족 간 커뮤니케이션 툴로서 새롭게 포지셔닝해야 한다.”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차기작 개발 방향에 대한 독자들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0호와 본보 6월 26일자 B1면에 실린 메이플스토리 기사의 ‘Open Question’ 코너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을 소개한다.

김윤호 씨는 특정 분야의 뉴스를 검색해 댓글을 달면 이를 경험치로 환산해 캐릭터를 특수하게 변화시켜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사용자가 손쉽게 다른 사용자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유사한 검색어를 입력하는 사용자들을 온라인상으로 연결시켜서 아이템 구매나 게임 진행 과정에서 정보를 교환토록 하자고 덧붙였다.

신영성 씨는 게임에 심취한 아이들을 걱정하는 부모를 새로운 공략 대상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게임 안에 ‘가족’ ‘멘터’ 등 조력자 캐릭터를 도입하고, 조력자가 있는 자녀 캐릭터에는 추가 경험치를 보너스로 주는 방식 등을 통해 온라인 게임이 자녀와 부모를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다.

▶ DBR 독자와 함께하는 Open Question 게시판 바로가기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1호(2010년 7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신세대와 공감하기? 거리응원처럼 하면… / ▼스페셜 리포트

인사관리(HR) 컨설팅 회사 머서(Mercer)가 세대 간 이직 유발 요인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25세 이하 직장인들이 이직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속 상사와의 불화’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이 이직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도 ‘나를 이해하고 지원해 주는 직속 상사’였다. 즉, 직속 상사가 자신을 얼마나 이해하고 지원하며 격려해 주는지가 경력 초기 단계에서의 몰입도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신세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은 그들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에서 벗어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신세대와 친해지고 이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한 첫걸음은 이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인 인식 및 가치, 행동에서 선배 세대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세대에게 업무 수행 방식과 관련한 권력은 최대한 위임하되, 목표 설정과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코칭과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신세대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창의적 커뮤니케이션 방안도 고안해 볼 필요가 있다. 박형철 머서 한국법인 대표가 신세대와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동질적인 것엔 희망없다… 다른 것을 융합하라 / ▼메디치 가문의 창조 경영 리더십


1493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동서 교회의 화합과 일치를 모색하는 ‘피렌체 공의회(Council of Firenze)’가 개최됐다. 당시 교황이었던 유제니우스 4세는 현재 터키 지역의 이슬람 세력에 대한 방위를 강화하고 동방 비잔틴 교회와의 일치를 모색하기 위해 페라라에서 회의를 소집했다. 하지만 때마침 이곳에서 흑사병이 창궐하기 시작했고 종교 회담의 성과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채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됐다. 당시 교황청은 재정이 열악해 장소를 바꿔가면서 종교회의를 계속할 여유가 없었다. 이때 피렌체 제일의 기업가 코시모 데 메디치가 나섰다. 회의 장소를 피렌체로 옮긴다면 총 700명에 이르는 동방 비잔틴 교회의 대표단에 지불할 여비와 생활비, 회담에 드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결국 코시모의 재정적 후원에 힘입어 플라톤 철학이 주도하던 동방 비잔틴 교회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주류를 형성하던 서방 가톨릭교회가 피렌체에서 회담을 개최했다. 공식적으로 피렌체의 일개 시민에 불과한 코시모가 왜 막대한 경비를 부담하면서 종교 회담을 유치했을까.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가 동서양 사상의 대융합을 주도한 메디치 가문의 리더십을 소개한다.

조직이 전략을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나 /▼신동엽 교수의 경영 거장 탐구


‘변화’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연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CEO는 신년사나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의 현재 성과나 경쟁력에 상관없이 변화와 혁신을 늘 강조한다. 그렇지만 실제 기업의 역사를 분석해 보면,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종류의 변화를 실행함으로써 지속적 경쟁 우위를 유지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CEO들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변화 노력이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까닭을 이해하려면 먼저 ‘상황 적합성 관점(Contingency Perspective)’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관점에 따르면, 환경이 변했을 때 기업도 환경과 같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기업은 생존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외부 환경에서 조달하기 때문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거장 챈들러 교수는 이에 더해 ‘조직은 전략을 따른다(Structure follows strategy)’는 명제를 제시해 조직 특성은 그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의 실행에 적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모든 전략은 환경의 요구에 적합하게 수립해야 하며, 조직은 선택된 전략의 실행에 적합하게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에서 조직이 전략을 규정(Strategy follows structure)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곧 수단과 목적의 전도라는 심각한 불합리성을 초래하며 초장기, 초우량 기업의 꿈을 좌절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