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일행, 취재진 피해 덴마크 은신처에서 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1일 0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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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씨와 함께 10월부터 덴마크 올보르의 주택에서 은신했던 보모와 정 씨 아이, 남성 조력자 2명 등이 10일 모든 짐을 싸들고 돌연 사라졌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은 대형 동물 운반용 트레일러까지 동원해 집에서 키우던 개와 고양이들까지 데리고 떠났다. 이들은 주택이 노출돼 취재진의 방문이 잇따르자 부담을 느끼고 덴마크 당국에 요청해 새 거주지로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 일행이 거주하는 주택 앞 집 주민 비비 씨에 따르면 10일 오전 7시 30분~8시경 정 씨 집 앞에 검은색 대형 트레일러를 단 하얀 차량 1대가 도착했다. 이 차량이 도착하자 집 안에 있던 일행들이 신속히 짐을 실었다. 집 안에서 키우던 개 2마리와 집 뒷마당에서 키우던 고양이 여러 마리, 개 집 등도 모두 실은 트레일러 차량은 1시간여 만에 집을 비우고 떠났다. 정 씨가 당초 독일에서 타고 온 폭스바겐 밴도 누군가가 운전해 함께 사라졌다.

정 씨 일행이 새벽 어둠을 틈타 집을 비운 지 몇 시간이 지난 오후 1시경, 정 씨 집 앞에 하얀색 BMW 차량이 도착했다고 비비 씨는 전했다. 그에 따르면 차 운전석에선 젊고 마른 한국 여성이 두터운 점퍼로 온 몸을 감싸고 털모자까지 눌러 얼굴을 가린 뒤 집에 노크를 했다. 그러자 집 안에서 보모로 추정되는 또 다른 여성이 나와 대화를 나눴다.

정 씨 아기를 데리고 있는 보모와 일행들은 덴마크 아동복지기관에 연락해 "취재진이 매일같이 찾아와 프라이버시가 침해받고 있으니 새 거처로 옮겨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자 덴마크 당국이 공개되지 않은 새 집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에 짐을 꾸리고 트레일러를 단 차량과 폭스바겐 밴을 타고 사라진 이들은 그동안 정 씨를 도와왔던 20대 남성들로 추정된다.

그들은 보모와 아기를 집에 남겨두고 먼저 떠난 다음, 상황이 정리되자 또 다른 여성 조력자가 보모와 아이를 데리러 온 것으로 보인다. 비비 씨는 "집 앞에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한국어를 쓰는 듯한 여성 둘이 대화를 하는 장면을 봤는데, 그 이후엔 어떻게 됐는지 모르고 차량이 다시 떠나는 것만 봤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 씨의 덴마크 도피를 도와온 일행은 보모와 마부 이모 씨 등 남성 2명으로 알려졌는데, 비비 씨 말이 사실이라면 새로운 여성 조력자가 있다는 말이 된다. 혹시나 그 여성이 정 씨일 수도 있겠다는 판단에 덴마크 검찰에 확인했지만, 정 씨는 아직 구치소에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올보르=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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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대형 트레일러가 달린 하얀 차량이 10일 새벽 덴마크 올보르 자택 앞으로 들어오고 있다. 집 안에 있던 정 씨 조력자들은 
1시간여 동안 집 안에 있던 집기와 개 고양이 등을 이 트레일러에 싣고 어디론가 떠났다. 비비 씨 제공

검은색 대형 트레일러가 달린 하얀 차량이 10일 새벽 덴마크 올보르 자택 앞으로 들어오고 있다. 집 안에 있던 정 씨 조력자들은 1시간여 동안 집 안에 있던 집기와 개 고양이 등을 이 트레일러에 싣고 어디론가 떠났다. 비비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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