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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기자의 필담]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 “朴대통령, 국민 요구 수용하는 제2의 6·29선언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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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기자의 필담]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 “朴대통령, 국민 요구 수용하는 제2의 6·29선언 내라”

이진영기자 입력 2016-11-07 03:00수정 2016-11-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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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핵심 자문그룹 ‘7인회’ 멤버 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
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박근혜 정부 탄생의 주역인 ‘7인회’ 멤버임에도 2012년 대선 승리 후 대통령을 만나지도 통화도 못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어떻게 우리에게 차 한잔 안 사나 서운했는데 지금은 대통령이 아쉽고, 실망스럽고, 측은하기만 하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진영 기자
 “먼저 사과부터 하고 싶다.”

 팔순의 노신사가 양복저고리를 여미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박근혜가 좋은 대통령이 될 거라고, 그러니 뽑아달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실망스러운 대통령이 됐으니 그것부터 사과하고 싶다. 어디 사과할 데가 없어서 못 하고 있었는데 인터뷰를 통해서나마….”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경선 후보의 핵심 자문그룹이었던 7인회 멤버인 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80)은 기자를 만나자 “대통령이 이렇게 국민들에게 불신받게 되기까지 역할을 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원조 친박에 박근혜 정권 탄생의 주역인 그는 원로 자문 7명 중에서도 쓴소리를 하는 쪽이었다.

“대통령 그만둘 각오하라”

 ―4일 대통령의 국민담화 이후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참가자가 더 많아졌다.

 “담화가 실망스러웠다. 수습방안을 내놨어야 했는데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한다는 얘기가 하나도 안 나왔다. 청와대 회동에서 그렇게 얘기를 했건만.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생겼다.”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상임고문 8명과의 청와대 회동에선 어떤 얘기가 오갔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내게 민심을 묻는다면 하야, 탄핵이라고. 우리나라에 위기가 세 번 있었다. 첫째가 이승만 대통령의 3·15부정선거, 결과는 대통령 하야였다. 두 번째는 1987년 6·10항쟁, 전두환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6·29선언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세 번째가 박 대통령의 위기다. 이건 앞의 위기와 성격이 다르다. 국민들 자존심이 말도 못하게 상처를 입었다. 해결책도 안 보인다. 한 가지 방법은 대통령 그만둘 각오로 수습방안을 찾는 것이다. 사과하고 (검찰)수사도 받고, 국민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는 ‘제2의 6·29선언’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담화를 발표할 때 10분 이상 하라고 했다. 조목조목 하나하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변명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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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6·29선언이란 뭘 말하나.

 “총리에게 내치를 완전히 맡기는 거지.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만 담당하고. 이것도 국민이 안 받아들이면 대통령직 내놓겠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지.”

 ―그 자리에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책임총리로 추천했다는 얘기를 듣고 의아했다. 김 전 대표가 1980년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에 적극 참여했고, 1987년 개헌 때 경제민주화를 헌법에 명시한 주역도 김 전 대표가 아니라고 주장해 사이가 틀어졌는데….

 “나하고 사이가 안 좋지. 하지만 그는 야당을 완전히 장악해 (4·13총선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면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거다. 총리감 누가 있을까 밤새도록 고민해 생각해낸 사람이 김종인이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총리 후보자로 발표했다.

 “왜 야당에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나. 불을 지른 거다. 정치 초짜도 그리 안 한다. 이제 김병준 카드는 관철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야당이 들어주겠나. 보수층에서도 (김 총리 후보자가) 사드 배치 반대하는 데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금은 수습이 우선이니 아무 소리 안 하고 있지만.”

 ―다른 고문들은 어떤 이야기를 했나.

 “다른 사람은 나처럼 얘기 안 하지. 한 바퀴 돌고 다시 내 차례가 와서 몇 가지 더 얘기했다. 직언하는 사람이 없는 게 말이 되냐고. 우병우 같은 사람을 민정수석 시켜 대통령의 눈과 귀를 어둡게 했다, 진작 잘랐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사를 왜 대통령 혼자 하느냐고 했다. 각 부처 장관에게 인사권 줘라, 인사권 하나 없는 장관이 어디에 있나.”

 ―대통령 반응은 어땠나.

 “가만히 듣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얘기하다 나왔는데 끝날 때 악수하면서 ‘좋은 일 있을 때 다시 뵙겠습니다’ 하더라. 내가 (5공 때) 민정수석 할 때는 조그마한 청와대였다. 새 집 짓고는 이명박 대통령 때 가보고 두 번째였는데 그야말로 구중궁궐이더라. 이렇게 넓은 데서 대통령 혼자 살다니. 측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독대 요청 안한 조윤선도 나빠”

 그는 육군사관학교 17기로 전두환 정권 시절 국가안전기획부 기획조정실장(차관급)과 민정수석을 지내고, 노태우 정부에서 총무처 장관을 했다. 제15대부터 내리 3선 의원을 한 뒤 72세에 총선 불출마와 정계 은퇴 선언을 해 박수 받았다.

 ―대통령은 경륜 있는 멘토 7명을 두고도 왜 실패했을까.

 “멘토 역할은 당선될 때까지였다. 2012년 당선 후 축하전화 한 뒤로 대통령과 연락이 끊겼다. 청와대 내부 사정을 전혀 몰랐다. 대통령 되기 전엔 내가 전화하면 (수행비서가) 다 바꿔줬다. 그런데 청와대 들어가고 나서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더라. 내게 새 번호도 알려주지 않고. (3인방 중) 한 사람의 바뀐 번호를 어떻게 알게 돼 전화했더니 사근사근하던 이놈들이 벌써 음성부터 다르더라고. 통로를 완전히 차단한 거지.”

 ―그럼 지난달 29일 청와대 회동이 당선 후 대통령을 처음 보는 자리였나.

 “그렇다. 거의 4년 만에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가슴 아픈 얘기만 하다 왔다.”

 ―7인회 멤버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있다.

 “김 전 실장에게도 가급적 전화 안 했다. 간섭하게 되니. 그리고 김 전 실장은 우리랑 다르다. 대통령에게 쓴소리 안 한다. 개인적인 일 아니면 전화 안 한다. 저거들이(청와대 참모들이) 하도 대통령 잘한다 하니까. 이병기 (전 비서실장)에게도 ‘니들이 바른말 해야지’ 하면 ‘밖에서 얘기하는 것과 다릅니다’ 했다.”

 ―김 고문은 민정수석 시절 ‘땡전 뉴스’를 없애고 직선제를 수용하라고 건의해 6·29선언을 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참모들 가운데서도 유독 민정수석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박 대통령에게도 당선 전부터 누누이 강조했다. 모든 걸 걸고 직언하는 민정수석 하나만 있어도 잘못된 걸 많이 바로잡을 수 있다고. 그리고 검사 출신은 안 된다고 했다. 직언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나. 직언은 ‘이런 사실이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문제를 보고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그걸 관철시켜야 한다. 상명하복에 길들여진 검사는 이런 것 못한다.”

 ―대안을 관철시키는 게 직언이라고?

 “민정수석 시절이던 1986년 한강 세모유람선에 서울시 공무원이 들어가려다 구타당했다는 신문 기사가 났다. 이상하다 싶어 직원들에게 알아보라 했더니 유람선을 운영하는 유병언 삼우트레이딩 대표가 대통령을 팔고 다닌다는 거였다. 실제로 경제수석이 대통령 모시고 유병언 사무실에까지 가고, 산업은행은 융자도 해줬다. 내가 직접 염곡동 사무실에 가보니 이건 분위기가 큰일 나겠더라. 당장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산업은행에 융자 중단하라 하고, 국세청장에게 세무조사 철저히 하라고 했다. 20억 원 정도 탈루한 것으로 나와 파산했다.”

 1986년 8월 국세청은 삼우트레이딩을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를 해 32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듬해 삼우는 1차 부도를 냈으나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신임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도 검사 출신이다. 지금은 민정수석이 뭘 해야 하나.

 “대통령 임기 마지막이고 힘이 빠지니까 바른말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정무적 감각은 있어야 한다. 총리 후보자 일방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야당 대표 불러 의견 들어 보세요’ 했어야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정무수석 11개월 하는 동안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

 “조윤선이도 책임이 있어. 대통령이 안 부른다고 독대 못하나. 꼭 만나야겠다고 하면 대통령이 오지 마라 하겠나. 그런 적극성을 보여주지도 않고 대통령이 안 만나준다고 (책임을 떠넘기다니). 안종범(전 정책조정수석)이도 나쁜 놈이야. 대통령이 미르재단 위해 기업 돈 받아오라 하면 ‘노(No)’ 해야지, ‘예, 알겠습니다’ 하고 그걸 지시라고 받아서 전달하나. 대통령이 이런 사람을 참모로 쓰고 있었다. 그 고통은 국민이 당하고.”

 ―여당도 역할을 못했다.

 “이정현이 당 대표 되고 나서 7월인가 고문들 하고 오찬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흙수저가 대표 됐다고 칭찬을 해. 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우병우 수석 자르는 거다. 당신은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심각하게 안 듣더라. 마지막에 또 얘기했다. ‘우병우 잘라야 한다. 주군이 잘못하고 있는데 잘한다고 하거나, 모른 척하면 그건 주군 죽이는 것이니 꼭 하라’고. 사람은 자리에 연연하면 안 된다.”

“박근혜, 위기 잘 넘기고 퇴임했으면”

 ―왜 박근혜를 지지했나.

 “남자들이 대통령을 해보니 노태우, YS(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나중에 전부 사고 치잖아. 이 사람(박근혜)은 본인이 깔끔하니 비리는 없을 것이다, 친인척 관리도 잘할 것이다, 청와대에서 살아봤으니 기질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다.”

 ―대통령 사퇴 여론이 거세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이 위기를 잘 수습한 뒤 퇴임했으면 하는 게 간절한 바람이다. 그런데 심각성이 너무 크다.”

 ―책임총리로 김종인 전 대표를 추천했는데 대선 후보로는 어떻게 평가하나.

 “본인은 욕심이 있지만 그건 아니지. 나이가 있으니. 새로운 시대 사람들이 돼야지.”

 ―김 고문을 ‘꼴통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수란 무엇인가.


 “꼴통 보수 아니다. 솔직히 이념은 잘 모른다. 한미동맹을 기초로 자유 민주시장경제를 지키는 것이 내가 주장하는 보수다.”

 ―여당의 ‘잠룡’들 가운데 그런 보수의 가치를 실현할 만한 재목이 누구라고 생각하나.

 “새누리당은 재집권하기 어렵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 한. 그리고 박 대통령 추천했다 실패하고 나니 자신이 없다. 누구 지지해 달라고 하기가….”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박근혜#최순실#새누리당#김용갑#7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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