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선대위원장 증세 불가피하다면서 왜 공약에선 빼놨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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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그제 증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본이 증세를 하지 않고 쓰기만 하다가 세계에서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며 “증세를 안 하면 우리도 일본처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가가치세율 3%로 시작한 일본의 경우 선거를 의식해 재정 적자가 나는데도 올리지 못하다가 지금 8%까지 올렸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들이 “부가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냐”고 묻자 강 위원장은 “선거 때는 언급하기에 안 좋다”며 즉답을 피했다. 공약과 무관한 평소 소신이라고 해도 새누리당이 영입한 경제통 선대위원장이 ‘증세 불가피론’을 말하면서 선거공약에선 제외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같은 날 오전 강 위원장은 4년 내 최저임금 시간당 8000∼9000원으로 인상,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비정규직 임금 인상 등을 추가 경제공약으로 발표했다. 이때도 그는 “법인세 인상, 부자증세를 통한 분배개선은 효과가 제한적이고 산업 경쟁력 약화의 요인이 된다”고 야당의 증세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증세 없는 복지’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이번 총선 공약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집에는 바이오·나노 신기술 및 에너지 신산업 육성, U턴 기업 경제특구 설치, 고교 무상교육 등의 공약에 2020년까지 56조 원이 든다고 소개돼 있다. 그러면서도 증세를 포함한 재원 확보 방안은 쏙 빼놓은 것은 무책임하다.

최근 국가미래연구원은 저성장과 고령화에 따른 복지수요 증가로 재정파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세제 및 재정 개혁을 강조한 바 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일반 재정지출은 연평균 2.6% 늘어나지만 복지 분야의 법정지출은 6.7% 늘어난다. 전체 복지예산 가운데 정부가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돈의 비중만 무려 70%다. 지하경제 양성화가 한계에 봉착하는 등 새로 돈 나올 곳은 없는데 증세 없이 무슨 수로 복지를 늘린다는 건지 의문이다. 달콤한 공약으로 표를 산 다음 총선 이후 증세를 추진한다면 국민을 속이는 일과 다름없다.

유승민 의원(무소속·대구 동을)은 1일 방송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은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인 강봉균 전 장관도 하는데 내가 한 말만 왜 그리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정부 여당은 지금까지 야당의 증세 불가피론을 비판해 왔지만 외부에서 영입한 강 위원장의 증세론까지 반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강 위원장은 증세론을 경제공약의 맨 앞줄로 올리는 게 정정당당하다.
#강봉균#새누리당#증세 불가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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