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으로 손가락질 받을 일 안해”…성회장의 ‘마지막 호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3일 2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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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영정이 13일 충남 서산의료원 빈소를 나와 운구차로 향하자 지친 표정의 미망인은 눈물을 흘렸다. 장남은 어머니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시울이 붉어지긴 마찬가지였다. 빗방울까지 떨어지자 성 회장의 지인들은 “서산시를 위해 노력한 고인의 마지막 길에 비가 와 마음이 아프다”며 흐느꼈다. 성 회장의 서산부성초등학교 동문 7명은 고인의 관을 조심스럽게 운구차로 옮겼다.

발인 예배는 서산중앙감리교회에서 유족과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이 교회는 성 회장의 기부로 세워졌고, 성 회장의 모친이 종지기 생활을 했던 곳이다. 박성호 장례위원장은 추도사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에 벚꽃이 휘날리고 있다”면서 “무거운 짐 내려놓고 편안히 가십시오”라고 말했다.

예배를 마친 뒤 성 회장의 시신은 서산시 음암면 도당리에 있는 모친의 묘소 옆으로 이동했다. 성 회장의 두 아들은 유품을 관 위에 올려놨다. 차남은 성 회장의 자서전인 ‘새벽빛’을, 장남은 “아버지께서 생전에 가장 좋아하셨다”며 배지 4개를 자서전 위에 올렸다. 경남기업, 국회의원, 서산장학재단을 상징하는 배지와 나라사랑 큰나무(보훈처 발급) 배지였다. 장남은 “세상이 당신을 외롭게 해도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내려놓으신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죄송하다”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이날 성 회장이 생전에 서산 시민들에게 남긴 호소문도 새롭게 공개됐다. 성 회장이 새누리당 충남도위원장일 때 도당 대변인을 지낸 이기권 씨는 동아일보-채널A에 A4용지 3장 분량의 호소문을 공개했다. 호소문에서 성 회장은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했다. 성 회장은 “정치적으로 원한을 살 일을 하지 않았고, 기업인으로서 결코 상식에 벗어나거나 도덕적으로 손가락질 받을 일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자원 개발과 관련해 언론을 통해 저와 저의 가족을 무참히 난도질을 했다”면서 “국민의 세금을 떼먹은 사람으로 매도한 사법 당국의 처사는 나를 사지(死地)로 내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나는 결코 국민의 세금 단 1원도 개인적인 욕심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며 결백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서산의 시민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성 회장은 서산에 대해 “내 고향 서산 태안은 힘들고 어려울 때 포근히 감싸주고 위로해 주며 새로운 힘을 돋게 해 준 어머니의 태반이자 ‘성장판’이었다”고 표현했다. 또한 자신이 한때 2조 원 규모의 경남기업을 이끈 것도 고향 사람들의 응원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많은 분들의 도움과 격려가 큰 힘이 됐다. 경남기업을 통해 오대양 육대륙을 누비며 대한민국의 태극기를 꽂게 한 것은 고향에서 배우고 익힌 대담한 도전과 응원의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기업 임직원들은 성 회장을 애도하는 추도문을 발표했다. 임직원들은 추도문에서 “고 성완종 전 회장님의 명복을 빈다”며 “임직원 모두는 뜻밖의 비보에 슬픈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밝혔다.

서산=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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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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