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중요도 따라서도 공기업 연봉 차등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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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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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부 표준모델 마련

같은 직급 차등과는 별개
연봉 격차 갈수록 커질듯
한전도 ‘성과 연동제’ 공식화

정부가 공공기관 임직원의 기본급과 성과급 인상률을 달리하는 연봉제 도입과 함께 맡은 직무의 중요도에 따라 연봉의 차이가 나는 ‘직무급 연봉제’를 공공기관들이 도입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맞춰 한국전력공사는 임직원의 성과에 따라 연봉을 결정하는 ‘성과 연동 연봉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회사 내에서 힘들고 중요한 직무를 맡은 직원들이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직무급 연봉제를 286개 모든 공공기관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 같은 내용은 재정부가 마련 중인 ‘공공기관 연봉제 표준모델’에 담겨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본보 15일자 A1·6면 참조
全공공기관 ‘혁신적 연봉제’ 같은 직급도 20~30% 차등

“경영 잘한 공기업에 정원 인센티브”

재정부 관계자는 “서구 기업과 달리 한국은 직무급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하기 때문에 본격 도입에 앞서 ‘직무급 도입 권장’ 형태로 공공기관에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직급이라도 개인 실적에 따라 연봉이 20∼30% 차이 나는 혁신적 연봉제와 함께 직무급 연봉제까지 시행되면 업무와 능력에 따른 연봉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직무급 연봉제를 부분적으로나마 실시하고 있는 공공기관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유일하다. 수자원공사는 1∼5급 직원 중 간부에 해당하는 1, 2급 직원에 대해 직무에 따라 연봉 차이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1급 단장급 중에서 기획실장은 지방사무소 현장소장보다 5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더 받는다.

수자원공사 측은 “직무급에 따른 상한과 하한은 약 1000만 원 차이가 난다”며 “지금까지는 간부 사원에게만 직무급 연봉제를 적용했지만 올해는 3∼5급 일반 사원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철도시설공단도 직무급 연봉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과 노조가 직무의 중요성 평가에 대해 의견을 조율 중이어서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직무급 연봉제를 실시하기에 앞서 직무별로 중요도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노사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어 치밀하게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 컨설팅 회사인 머서코리아의 박형철 대표는 “한국의 기업문화에선 스카우트 제도가 발달되지 않아 직무에 대한 외부 평가가 없기 때문에 직무급 연봉제의 초창기 정착이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이에 앞서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성과 연동 연봉제’ 도입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는 “급여 체계를 성과 연동 연봉제로 전환할 계획이며 기업 문화도 창의적이고 혁신지향적인 문화로 바꿔 가겠다”며 “성과에 따른 책임과 보상을 더욱 명확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전은 2007년 말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했지만 사실상 호봉제와 다름없이 직급에 따라 연봉이 정해져 있었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내 최대 공기업 중 하나인 한전이 민간기업 수준의 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만큼 다른 공공기관에도 연봉제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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